일상 속 맛집

그냥 지나치면 섭섭한 계양역 분식 맛집 [공룡분식소] 공룡이 먹을만한 양을 주는 집

글PD 2022. 2.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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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맡으면 그냥 지나치기 힘든 지하철역 3대 냄새를 아는가? 1. 델리만쥬 냄새 2. 갓 나온 빵 냄새 3. 튀김과 떡볶이 냄새. 난 다른 것들은 다 참을 수 있어도 유독 약한 냄새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떡볶이와 튀김 같은 각종 분식 냄새들이다. 퇴근을 하고 역에 내리면 늦은 저녁 시간대가 되는데 그 시간을 노린 건지 아니면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대여서인지 유난히 분식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나는 한 번씩 그 냄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라고 쓰고 못 이기는 척이라 읽는다) 바리바리 싸들고 집으로 갈 때가 있다. 이날 역시 갑작스런 튀김 냄새 공격을 당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엔 튀김과 떡볶이, 꼬마김밥이 한가득 들려있었다. 다 못 먹을 걸 알면서도 꼭 이렇게 욕심을 내게 되는 게 분식인 것 같다.

내가 자주 드나드는 계양역 역사 안에는 몇 군데의 분식집과 어묵집, 타코야끼집, 빵집이 있다. 역이 꽤 넓어서 그만큼 유동인구가 굉장히 많고 음식점도 많은 편이다. 하필 내가 지나가는 길목엔 빵집, 분식집, 어묵집이 늘어서 있는데 이날엔 분식의 손을 들었다. [공룡분식소]엔 다양한 튀김과 각종 분식을 판다. 내가 산 건 모둠튀김1,2와 떡볶이 그리고 꼬마김밥. 모둠튀김엔 오징어, 어묵, 당면만두, 김말이, 야채, 맛살튀김이 들어있다. 이미 튀겨져 있는 것들을 주문과 동시에 다시 한번 더 튀겨서 따끈하게 주신다.

대체적으로 너무 짜지 않은 튀김옷에 꽉 들어찬 내용물들이 꽤 만족스러웠다. 어묵튀김은 살짝 오버쿡 되어 바삭이 아닌 빠삭에 더 가까웠지만 먹을만 했다. 내 최애 튀김은 오징어튀김이라 오징어튀김이 많이 들어있었으면 했는데 나같은 사람이 많은가보다. 모둠 세트에 기본적으로 2개씩은 들어있는듯 했다.

 

떡볶이는 오빠가 좋아하는 메뉴라 사봤는데 분명 저번에 샀을 땐 떡볶이 국물이 흥건해서 약간 떡과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어쩐 일인지 내 취향을 완벽히 저격하는 꾸덕꾸덕한 양념의 떡볶이었다. 게다가 2인분인데도 불구하고 저 양은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리고 김치참치, 땡초, 볶은멸치 꼬마김밥을 하나씩 샀다. 2명이 먹기엔 굉장히 많은 양이었는데 이날 돼지런한 욕심쟁이답게 다 먹어치웠단 사실.

사진으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떡 양만 봐도 양이 굉장히 많다. 나는 떡보단 어묵파라 어묵을 더 선호하지만 '떡'볶이의 존재감이 잘 드러날 만큼 떡이 넘쳤다. 옆에서 보면 깊이가 있는 용기라 아래쪽까지 아낌없이 꽉 담겨있으므로 미리 각오해야 한다. 덕분에 떡을 좋아하는 오빠는 포식을 했다. 오빠와 난 부산 출신이라 부산식 떡볶이를 참 좋아하는데 서울로 온 뒤론 그 맛과 비슷한 떡볶이를 찾지 못했었다. 이유는 대부분 국물 떡볶이 식으로 되어 있고 여러가지 다양한 맛이 있어 오리지널을 맛보기가 어려웠는데, 그나마 비슷한 취향을 가진 브랜드는 죠스떡볶이. 공룡분식소의 떡볶이는 묘하게 어릴적 먹던 맛이 났었다.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컵 떡볶이 맛이라 해야 하나? 걸죽한 양념이 떡에 가득 배어 떡볶이 양념만 싹싹 긁어먹고 싶은 느낌. 매콤하면서도 특유의 카레 향이 살짝 나는듯 했다.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떡볶이 맛집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꼬마김밥엔 조금 아쉬움이 있었는데, 들어간 속재료의 맛이 좀 더 강해도 될 것 같았다. 속재료가 부족한 것은 아닌데 밥이 조금 많은 느낌이었고 참치김치, 볶은멸치, 땡초 라는 주재료에서 크게 임팩트를 느끼지 못했다. 셋 다 간이 좀 더 되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하지만 나는 뼛속까지 탄수화물의 민족이므로 비록 아쉬운 음식일지언정 야무지게 먹을 수 있는 방법만 찾으면 이 또한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우리에겐 떡볶이 국물이 있지 않은가. 나름대로 자극적인 떡볶이 국물에 상대적으로 간이 부족한 김밥을 찍어 먹으면 새로운 맛이 탄생하면서 아쉬움이 싹 사라진다. 사실 그 방법으로 모든 김밥을 해치웠다.

3년을 넘게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는 계양역이지만 늘 코만 킁킁거리고 아쉽게 스쳐지나갈 때가 더 많았다. 특히 이런 분식집을 볼 때면 어릴적 겨울에 포장마차에 서서 떡볶이 1인분과 어묵꼬치를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빨갛고 동그란 컵으로 어묵 국물을 여러 차례 떠먹으며 입천장을 몇 번이나 데이곤 했었는데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사먹던 그때 기억이 참 좋게도 남아있다. 대부분 그런 기억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분식이 더욱 더 정겹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코시국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사람들의 지갑도 굳게 닫혀 열리지 않은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오늘은 가족들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어릴적 추억거리를 안주 삼으며 코찔찔이 시절의 경험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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