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나름대로 맛있는 음식과 맛있는 술을 즐기며 과음(?)을 하고 다음날 자연스럽게 해장할 만한 음식을 찾아보았다.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는 밥집이 워낙 많아서 고르기만 하면 되는데, 그중 나는 [누리마을 감자탕]을 골랐다. 누구나 다 아는 국민의 맛이지만 가마솥밥이어서 더 감동적이었던 그날의 뼈해장국. 들깨가루 팍팍, 우거지 왕창은 이미 국룰이다.
이날은 신라스테이에서 호캉스를 하고 체크아웃한 직후였기 때문에 웬만한 가게들이 이제 막 오픈을 하거나 점심 준비를 할 시간대였다. 역시나 내가 첫 손님이었고 그로 인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일반 뼈해장국에 2000원만 추가하면 가마솥밥으로 먹을 수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가마솥밥을 좋아하는 나는 추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주방 옆에 가마솥이 기계식으로 되어 있는데 참 신기했다. 기계식이 좋은 것 중 하나는 밥 되는 시간이 정말 짧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붐비는 점심시간에도 10~15분만 기다리면 가마솥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뼈해장국이 나오기 전 간단한 반찬들이 나왔는데 겉절이 김치를 보고 '아 빛깔만 봐도 이미 맛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빛깔이 고왔다. 뼈해장국 같은 맛이 깊은 음식엔 푹 익은 김치가 안 어울린다. 풀풀 날리는 겉절이나 시큼한 깍두기가 잘 어울리는데 누리마을 감자탕 집엔 그런 요소들이 잘 되어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저 겨자소스. 한때 유명했던 마약김밥을 찍어 먹는 용도로도 함께 나온 소스인 것 같은데 감자탕 집이나 국밥집을 가면 꼭 이 소스가 나오는 것 같다.
나는 뼈해장국이 팔팔 끓을 때 뼈를 들어내 잠시 식혀둔다. 그러고 적당히 먹을 만큼 뜯어서 겨자소스에 찍어 따로 맛을 보다가 슬슬 밥을 말아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고기 발골이 시작된다. 열심히 발라낸 고기를 해장국에 넣어 우거지와 잘 섞은 후 밥을 슥슥 말아 깍두기 하나 얹어 먹으면 숙취가 없는데도 숙취가 풀리는 그 느낌. 먹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들깨가루가 들어가 고소하고 향이 좋다. 일반적인 돼지국밥과는 다른 뼈해장국만의 깊고 진한 육수의 맛이 나는 좋다. 가끔은 이렇게 진하고 나트륨 가득한 해장국 스타일이 끌릴 때가 있다.
가마솥에 지은 밥이라 그런지 윤기가 장난이 아니다. 갓 지은 밥을 먹는 것만큼 행복한 게 없는데 이럴 땐 정말 매 끼니마다 가마솥밥을 먹고 싶을 지경. 미리 밥을 다 덜어두고 그 자리에 따뜻한 물을 부어 뚜껑을 장시간 닫아두면 시원한 숭늉이 완성된다. 거의 들이켜 마시듯이 숭늉을 퍼먹어서 사진은 없지만 어떨지 예상이 가리라 본다. 열심히 먹고 놀았던 1박 2일 간의 기록을 현생에 치이다 이제야 적지만, 그날의 맛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내가 먹은 모든 것들을 기록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만큼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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