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스테이에서 호캉스를 한 날 체크인하던 날 저녁에 방문했던 구디역 퓨전 오마카세집 [이화의 밤]이다. 셰프님께서 이화의 뜻이 서로 다름이 만나 하나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날 술이 거하게 취했어서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점. 대부분 오마카세 하면 일식 스시 오마카세를 떠올린다. 나 역시도 스시 오마카세는 몇 번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 방문한 곳은 퓨전 오마카세. 퓨전 오마카세는 뭘까 가기 전부터 굉장히 궁금했었다. 오픈한 지 이제 3개월 정도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런 것 치고는 이날 자리는 만석이었다.
가게로 들어가면 입구에서부터 셰프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예약자 성함을 여쭤보시고는 준비된 자리로 안내해 주시는데 테이블보에 카드 하나가 놓여 있고 맨 위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다. 이 부분에서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예약자 한 명, 한 명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신경써 주시는 느낌이랄까. 이날의 감동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바로 뒤에 마련된 옷걸이에 외투를 걸고 자리에 착석하면 이용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신다. 전체 코스요리로 나오기 때문에 주류만 주문하면 되는데, 나는 이름을 외우기 힘든 스파클링 와인을 주문하고 요리 중간쯤 되었을 땐 소곡주라는 전통주를 부탁드렸다. 현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와인 종류가 많은데 셰프님께서 음식과 잘 어울릴 만한 적절한 주류를 추천해 주시니 잘 몰라도 친절하게 잘 알려 주신다.
나는 애주가가 아니라서 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와인과 위스키, 전통주 같은 맛과 향이 담긴 술은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로 이화의 밤에서 판매되는 주류들은 대부분 와인, 사케, 전통주 위주로 되어 있다. 그다지 비싼 편도 아닌듯 해서 종류별로 두 병을 주문했었는데 정말 숙취 없이 기분 좋게 취했었다.
그리고 매장이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한데 오마카세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몇몇 위치에 있는 조명은 꺼지고 바 테이블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진다. 이게 또 그렇게 분위기가 넘쳤지... 맛있는 술이 함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 되었다. 오마카세 자체로는 어딜 가나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자주 가기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이화의 밤에서 먹은 퓨전 오마카세는 기존에 미들급 스시 오마카세 금액대의 절반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스시의 주된 재료인 자연산 횟감이 없기 때문에 그런 가격으로 책정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주문한 것은 스파클링 와인. 이름이 너무 길어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는 취해서) 맛은 굉장히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첫맛은 달고 시큼하면서 끝맛은 쓰거나 쌉싸름하지 않고 알콜향도 나지 않는다. 스파클링 특유의 탄산이 매우 좋았다. 얼음물이 가득 들어있는 버켓에 담아 주시는데 확실히 미지근할 때보다 차가울 때 스파클링 느낌이 확 와서 더 만족스러웠다. 이거 정말 맛있어서 훅 들이키다 금방 취할 것 같은 위험한데 자꾸 손이 가는 맛있는 술이었다.
체다치즈와 크루통이 들어간 에피타이저로 오마카세의 시작을 알렸다. 시판용이 아닌 직접 다 수작업으로 만든 재료라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체다치즈의 인위적인 짠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담백하고 치즈 풍미가 잘 느껴졌다. 크루통 역시 직접 만든 거라 하셨는데 바삭바삭 어쩜 이렇게 잘 구웠는지! 부드러운 음식으로 배고픈 위를 달래어 주고 다음으로 김에 싸여진 다진 연어를 맛보았다. 자칫 조미김의 강한 맛에 가려져 연어 맛이 안 날 것 같았는데 씹을수록 고소하게 느껴지는 연어의 단맛과 소량의 고수가 들어가 모든 것이 조화로웠다. 게다가 처음 보는 조합인 조미김에 싸여진 연어라니. 안 어울릴듯 하면서도 적절하게 맛이 분배가 되어있었다. 생 고추냉이를 살짝 올려 먹으면 끝맛이 알싸한 게 오묘하고도 맛있다.
다음은 메인으로 돼지고기 안심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수비드를 한 건지 굉장히 부드러웠다. 칼을 대는 순간 결대로 찢어지듯 부드럽게 썰렸고 위에 뿌려진 소스는 데미그라스 소스인데 향은 간장 조린듯한 향이었지만 맛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달달하면서도 짭짤하고 돼지고기에도 이런 소스가 어울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옆에 나온 소스는 트러플소스인데, 처음부터 트러플을 올려 먹으면 데미그라스 소스의 맛이 잘 안 느껴질 거라 하셔서 트러플은 마지막에 올려 먹었다. 개인적으로 트러플의 향이 너무 강해서 음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돼지고기 안심 스테이크와는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어느 하나 독특하게 튀는 것 없이 정말 조화가 평화조약 수준이었다.
그 다음은 토마토소스 위에 가지런히 말린 가지 요리였다. 가지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가지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참 재밌는 음식이었다. 같이 갔던 일행은 토마토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그릇을 핥아먹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위에 뿌려진 그라나파다노 치즈가 은은하게 잘 어울렸다.
이 타이밍에 두 번째로 주문한 전통주 한산소곡주가 나왔다. 평소 전통주를 접해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 나오는 음식과 매우 잘 어울릴 거라 해 주셨다. 믿고 마시는 술이라니. 잔은 그때그때 술의 종류에 따라 센스 있게 매치해 주시는데 이때는 술병이 정말 귀여웠다. 잔도 불투명한 느낌의 두툼한 그립감을 가진 잔이었는데 짠 하는 소리가 예쁜 잔이었다.
소곡주의 첫 느낌은 달달한 식혜를 먹는듯 했다. 그 다음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쌉쌀한 맛과 함께 전통주 특유의 향이 훅 올라오는데 이 또한 음식과 정말 잘 어울렸다. 특히나 소곡주는 전통주 중에서도 달달한 맛으로 인기가 많은 편이고 앉은뱅이 술로 유명하다고 한다. 내가 취하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술이다.
아쉽게도 오마카세는 점점 끝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뒤로 갈수록 내 취향을 저격하는 음식들이 나왔다. 맨보샤 느낌이 났던 다진 새우가 들어간 식빵 튀김. 뭐, 거의 맨보샤라고 해도 무방했는데 샌드위치처럼 겹쳐진 게 아닌 살짝 변형을 해서 만드셨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돌돌 말린 게 먹기가 편했다. 분명 겉은 바삭한데 속은 어쩜 그렇게 부드러울까.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 별다른 소스 없이도 충분히 맛있었던 음식이다.
다음으로 게장이 올라간 밥이 나왔다. 이 시점에 밥이라니 의아했지만 스시 오마카세에서도 이쯤엔 후토마키나 일반 마끼 요리가 나오기 때문에 비슷한 종류라 생각했다. 게장을 살짝 비벼 감태에 한숟갈 올린 후 한입에 털어넣으면 감태의 향에 반하고 게장의 부드러움과 쌀밥의 찰짐에 두 번 반한다. 실제로 감태를 먹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낯선 식감이긴 했다. 김보단 훨씬 두껍고 향도 독특해서 자칫 많이 먹으면 쓴맛이 느껴지는듯 했지만 짭짤한 게장과 부드러운 밥이 만나 이 역시 너무나도 조화로웠다.
마지막 음식은 스지탕이 나왔다. 아래엔 양배추가 깔려있고 위에는 스지와 소고기가 넉넉하게 덮혀 있다. 부추가 알맞게 익어 소량 집어 고기와 함께 먹으면 캬... 다시 생각해도 군침이 도는 맛이다. 육수가 참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었는데 육수 추가를 부탁드리면 더 부어주신다. 함께 주신 유자폰즈소스에 콕 찍어 먹어도 잘 어울린다. 밀푀유나베를 변형한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음식이 굉장히 잘 어울리고 코스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양이다. 오히려 술과 함께 먹으면 쭉쭉 들어가서 나중엔 정말 배가 부르다. 주류를 제외한 이 모든 것이 단돈 4만원이라니. 무조건 재방문 할 의향이 있다. 시즌 코스요리라서 아마도 계절이나 분기별로 재료가 바뀌어 코스 음식들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니 마음 같아선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고 싶을 정도다.
예약은 현재 네이버를 통해 가능하며 4시 코스, 7시 코스가 있다. 나는 저녁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7시 코스로 이용했었는데 개인의 느낌대로 고르면 될 것 같다. 각 2시간씩 진행이 되고 나머지 안내 사항은 예약자에게 전달되니 참고하길 바란다.
'일상 속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냥 지나치면 섭섭한 계양역 분식 맛집 [공룡분식소] 공룡이 먹을만한 양을 주는 집 (0) | 2022.02.22 |
---|---|
술 마신 다음날 해장 국룰 [가마솥밥 뼈해장국] 구로디지털단지역 누리마을 감자탕 (0) | 2022.02.21 |
다이어트 샐러드 정기배송 추천 [풀럽잇] 4주 정기배송 후기 대용량 샐러드, 셰프가 만드는 건강하고 든든한 한끼 샐러드 (0) | 2022.02.15 |
피자헛 NEW 메뉴 [케이준더블쉬림프포켓 피자] 통새우 30마리가 올라간 콘치즈포켓 피자, 콘무스 체다치즈 엣지 (0) | 2022.02.14 |
인천 계양구 배달맛집 족발보쌈편 [최애족발] 불족, 보쌈 set 계양구 족발맛집 (0) | 2022.02.13 |